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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7 주일() 말씀

2020. 2. 23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일에 성전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믿음 안에서 만날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이 어려운 시기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다같이 기도합시다.

 

복음묵상(마태 5,38-48 본문을 먼저 읽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문구는 동태복수법(Lex Talionis)으로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B.C. 2285-2242)에 나오며, 구약성경에도 3번이나 나옵니다.(탈출21,23-25 레위24,19-20 신명19,21) 이는 부족 중심으로 유목생활을 하던 시대의 법으로 보복을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그나마 당시의 기준으로 자비를 베풀도록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개인이 화를 당하면 전 부족이 합세하여 가해자를 찾아 죽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은 가해자를 벌하되 피해 받은 만큼만 벌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받은 만큼 되갚는 다는 것이 항상 공정하게 되지 않고 당한 것보다 몇 배로 크게 되갚다보니 갈등과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법이 당시 상황에서 나름으로 공정한 규범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술 더 떠서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대어 주어라.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어 주어라.”라는 파격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뺨을 때릴 때 왼손잡이가 아닌 한 오른뺨을 치려면 손등으로 치게 됩니다. 구약의 율법에 따르면 손바닥을 치는 것보다 손등으로 치는 것이 몇 배나 더 모욕적입니다. 그만큼 억울한 모욕을 당해도 맞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속옷을 두벌씩 지니고 다녔습니다. 갈아입기 위한 것이기 보다, 옷이 귀한 상황에서 음식이나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저당 잡히는 물건, 곧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겉옷은 유목생활에서 밤이 되면 덮는 이불과도 같았습니다. 다른 뺨을 돌려주고, 속옷과 겉옷까지 내어 주라.’는 것은 당시 문화에서 상식을 뛰어 넘는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까지 하십니다. 원수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자비와 사랑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오늘 복음의 정신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시대를 성찰해봅시다. 우리 사회에 정의라는 이름으로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넘쳐납니다. 어떤 사건이 생기면 차분히 사실 관계를 따지기 전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고발하고, 들끓는 분노가 정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의 익명성, 곧 가면 뒤에 숨어서 더 대담하게 정의를 주장하고 타인을 비난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남을 징벌할 수 있다.’라는 그릇된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만드는 지옥을 겪기도 합니다. 왜곡된 정의감이 얼마나 부당하고 위험한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한만큼 갚는 것이 정의의 가치인 것 같아도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죄인이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정의의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자비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정의 이전에 자비를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이 가르치는 정의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옳고 그름을 악착같이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구원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비 없는 정의는 잔인함이러고 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정의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곧 정의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 ‘선한 것입니다. 분노는 정의를 촉발할 수 있지만, 정의 자체는 아니다. 정의를 완성시키는 것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이다.”(토스토예프스키 Dostoevskii,1821-1881) 야고보서의 사람의 분노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실현하지 못한다.”(야고1,20)는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잘못에도 불구하고 용서와 화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하느님의 정의입니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사랑은 쉽고 자연스럽고 크게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절로 마음이 끌리고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원의 사랑을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유치한 수준이 됩니다. 자기를 해치고 모욕을 주는 사람일지라도 받아들이고 용서하려는 노력과 결심이 필요한 것이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이런 원수사랑은 하느님 도우심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원수를 용서하며 자비를 실천하신 예수님의 그 위대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닮는 한주간이 되도록 살아갑시다.

 

도원천주교회 주임 최경환(F.하비에르)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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