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3

<도스토예프스키가 고백한 예수 그리스도>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난폭했고 엄격했습니다. 그의 유일한 피난처였던 어머니가 10대 후반에 폐결핵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농노들로부터 처참하게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그는 그 충격으로 평생 간질로 고생했습니다.

  그는 이후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무신론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 급진적 정치 서클에 가담하였다가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사형수들을 싣고 가는 열차가 어느 간이역에 멈췄을 때 한 부인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받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약 성경이었습니다.

  사형언도를 받은 뒤 형장으로 끌려간 도스토예프스키는 말 그대로 최후의 순간에 사면을 받았습니다. 그는 4년 동안 시베리아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뒤이어 4년 동안 군복무를 선고받습니다. 당시 그는 어떤 다른 서적도 펜도 없이 누구와도 만나지 못한 채 살아야 했는데,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신양성경뿐이었습니다. 그 절명의 시기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엄청난 신앙에 직면하게 됩니다. 마흔 살이 다 되어 고향에 돌아온 후 그는 자신이 발견한 예수님에 대한 은밀하고 과감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나는 예수님보다 더 아름답고 심오하고 동정심 있고 이성적이고 인간적이고 완전한 존재는 없다고 믿습니다. 나는 질투 섞인 사랑을 고백합니다. 예수님과 같은 존재는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있을 수도 없습니다. 나는 또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예수님이 진실 밖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그 진실이 참으로 예수님 밖에 있다면, 나는 차라리 진실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남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임종 직전 아내에게 시베리아 형무소에서부터 지니고 있었던 너덜해진 성경책을 읽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아내가 읽어주는 성경말씀을 들으며, 가슴에 성경책을 안고 임종을 맞이하였습니다.

도원천주교회(2020. 3. 18)

최경환(F.하비에르)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