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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사순 제4주간 화요일>

 -독서: 에제 47,1-9.12 / -복음: 요한 5,1-16

 

(먼저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

 

봄이 왔습니다. 예전처럼 가까이서 느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봄이 왔습니다. 날씨가 바뀌어서도 알 수 있고, 새싹들을 보아도 알 수 있고, 요맘때가 되면 코가 막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틀만 앓아 누워도 힘들어하고, 오늘까지도 몇 주째 질병의 두려움 속에서 무기력함과 어려움에 몸서리치는 것이 우리인데,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은 어떠할까. 말이 38년이지, 오랜 시간동안 겪은 몸의 고통,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으며 죄인이라는 죄의식과 외로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다가와서 “건강해지고 싶으냐?”고 묻는 예수님의 목소리가 지금의 우리에게 참으로 반갑습니다만, 서른여덟 해나 앓던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서 오히려 속 터지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몰라서 묻느냐고 말이지요. 눈앞에 있는 벳자타 못, 물이 출렁일 때 들어가면 나을 수 있다 한들, 못 먹는 감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물음은 무슨 의미일까. 오늘 복음 이전 부분을 보면, 지난 사순 3주일 복음이었지요. 사마리아 여인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이 새로운 물, 새 생명을 얻는 못이라고 알려주십니다. 그분 안에 머무르는, 새로운 생명 길이 당신에게 있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즉 오늘 서른 여덟해 동안 앓는 이에게, 벳자타 못을 앞두고도 물속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그에게 당신께서 물이 되어주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생명이신 그리스도.

 

물은 생명이라는 의미와 함께, 물속에 잠기면 누구든 죽듯이 물은 죽음과 정화를 상징합니다. 곧 예수님께서 당신이 하실 일인 수난과 죽음으로 우리를 새로운 생명으로 초대하는 십자가의 길을 예고하십니다.

 

우리는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생명이 이미 주어졌습니다. 그에 걸맞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바라봅시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 희생과 죽음으로 살리는 길,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어가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죽음으로써 새 생명을 주시는 주님의 길을 끝까지 따르는 생명의 증인이 되도록 이 사순시기를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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