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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사순 제3주간 수요일>

 -독서: 신명 4,1.5-9 / -복음: 마태 5,17-19

 

(먼저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

 

몇 해 전, 보좌 신부님들과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일정 중에 충남 아산에 있는 ‘공세리 성지’에 방문 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예전 선교사 신부님께서 쓰시던 제의를 보았습니다. 많이 낡은 듯 했지만, 박해시대 당시 혹독한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었지요. 그리고 제의가 있는 자리에 이런 설명글이 덧붙여져 있었습니다.

 

“제의 앞에 있는 십자가는 사제 자신이 짊어질 십자가를 뜻하고, 제의 뒤에 있는 십자가는 신자들을 위해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의미한다.”

 

짧은 글귀이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 무게감이 당시의 저를 그 제의 앞에 가만히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하느님을 따라 사는 신앙인 삶 안에 십자가는 언제 어느 때에든 우리를 감싸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우리 신앙의 핵심이자 필수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해서 그분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함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만큼 우리 신앙인 스스로가 끌어안아야 할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율법은 처음부터 짐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이 당신께로 나아가는데 더욱 충실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신 디딤돌이었습니다. 그러나 율법이 사람을 살리는 법에서 짐스러운 것, 버거운 것이 된 것은 변질의 시간, 권위적 억압의 도구로 사람 스스로가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예수님 또한 율법 그 자체의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릇된 율법의 실천’을 지적하셨지요. 율법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하느님을 닮아가는 데에 영양분이 되게끔 살아가고 있느냐, 반대로 나를 옭아매는 덫이 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폐지’는 전적인 거부를 뜻하지만, ‘완성’은 온전한 수용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그릇된 율법의 실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라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의 본래 의미를 살자고 말입니다. 그분은 율법의 참 의미를 알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살리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그래서 그 길을 율법으로 방향을 알려주셨고, 이제 아드님의 십자가를 통해 길을 보여주시려 한다는 것을. 아버지의 뜻을 아드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보여 주십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다시 바라보며 묵상하게 됩니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두고 짐이라 여길까, 아니면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사랑 실천이라 여길까. 폐지하여 벗어날 올가미일까, 완성하여 끌어안을 자유일까.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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