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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3 주일(가)

2020. 3. 15

 

✙ 찬미예수님! 깊어가는 사순절을 각자의 기도와 신앙 안에서 잘 지내고 계시리라 여깁니다. 교우 여러분의 성금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을 위한 음료와 간식을 전달하면서 다함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바람과 땅의 기운에서 느낄 수 있는 봄기운이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 같아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십자가의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한 사순절 주일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 복음말씀 (요한 4, 5-42 ) 읽기

 

✙ 복음 묵상   

  우리나라처럼 물과 생명력(生命力)을 동일시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싱싱한 생선을 보고 ‘물이 좋다’고 말하고, 신선도에 문제가 있는 것을 ‘물이 갔다’라고 말합니다. 비단 생선뿐 아니라 사람들도 ‘물이 오른다’ 하면 신상이나 형편이 최상의 상태로 좋아지는 절정의 때를 말합니다. 반면에 ‘한물갔다’고 하면 시들거나 더 이상 매력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물은 바로 생명력을 말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내용은 바로 이 물, 생명에 대해서 말합니다. 제1독서(출애 17, 3-7)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나온 후 온갖 위기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만을 극복해 줄 생명수를 목숨만큼이나 간절히 필요로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뜨거운 태양과 굶주림으로 광야를 횡단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고 하느님도, 예언자도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 믿음을 잃어버린 백성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이집트의 종살이가 지금보다 더 낫겠다는 험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만큼 목마른 백성이 되었습니다.

  

  복음의 사마리아 여인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이 여인은 5번이나 결혼에 실패했고 그것 자체로 이미 당시 유다인들의 천대와 멸시를 받고도 남았습니다. 엄밀히 보면 유다인이나 사마리아인이나 같은 나라 사람들이었지만, 민족적으로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부정한 이방인으로 취급하여 그들과 교류도 거부하며 심지어는 그들의 음식까지도 먹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다인 남자인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마리아 여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자신을 제대로 대접해주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때까지 사마리아 여인의 삶은 당연히 고독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사람의 눈을 피해 사람들이 활동하지 않는 가장 뜨거운 시간(2월에도 한 낮은 40도 이상)인 정오에야 홀로 물을 기르러 나왔겠습니까? 이런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먼저 다가가서 물을 달라고 청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다른 유다인들과 달리 그 여인을 ‘부정한 사마리아인’이나 ‘죄인’으로 보지 않으시고 ‘하느님 안에서 치유되길 간절히 찾는 당신의 자녀’로 받아들이십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의 어두운 과거를 파헤치기보다, 사는데 너무 지쳐 있고 인생을 거의 포기한 사마리아 여인의 아픈 상처를 따뜻하게 받아들이십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먼저 그 여인을 있는 그대로 한 인간으로 인정하고, 아픈 그 내면을 헤아리시자 사마리아 여인은 그 내면에서부터 변화됩니다.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呼稱)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유다인’으로 부르다가, ‘선생님’, 선생님에서 ‘예언자’로, 마침내 그리스도라는 ‘메시아’로 부르면서 주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이 사마리아 여인과 우리의 처지는 겉으로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우리 역시 치유되고 변화되어야할 상처와 그로 인한 목마름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많은 문제와 갈등, 마음 속 깊은 곳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살면서도 겉으로는 다른 표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때가 많습니다. 우물가에서 예수님께 치유받은 사마리아 여인처럼 우리도 치유받고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떤 인간도 이 세상에 살면서 영적인 목마름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마셔도 마셔도 목마른 우리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끝없는 갈증을 하느님 아닌 다른 것에 의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시다.

   땅을 깊게 파는 사람만이 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땅을 깊게 파는 사람은 바로 자기 내면의 상처와 좌절에 대해 하느님 안에서 그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생명의 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우리 자신의 목마름과 상처와 절규를 모두 맡겨봅시다. 우리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열망과  하느님의 생명수를 담는 거룩한 사순절을 보냅시다.

 

2020. 3. 15

도원천주교회

주임신부 최경환(F.하비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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