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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재의 수요일)
오늘은 사순(40일간)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다.
가톨릭교회가 1년 주기로 편성한 전례주년의 중심은 예수님의 부활이다.
재의 수요일은 부활대축일에서 거꾸로 46일째 되는 날이다.
이는 사순시기 중 6번의 주일(부활기념)을 제외하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파스카 사건’을 내용으로 한 주님부활대축일이 한 해 전례력의 중심이라면 부활의 준비기간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부활은 그저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순절은 부활을 향한 주님의 고통과 수난, 그리고 십자가 죽음이 집약된 기간이다.
부활이 구원의 절정이라면 사순절은 그 구원의 과정이다.
이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구원을 향해 나야가는 사순시기에 가깝다.
즐겁고, 기쁘고 환희에 찬 날들은 인생 전체에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실상 대부분의 시간은 견디고, 인내하고, 버티고, 익숙해진 평범함의 연속이다.
(평범함이 깨어진 요즘의 상황에서, 평범함 그 또한 행복이고 은총임을 깨닿게된다.)
하지만 이러한 삶을 잘 살아온 이에게 구원의 은총이 베풀어짐을 우리는 믿기에 또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성서적 의미를 풍성히 담고 있는 ’40일’은 참회와 속죄, 회개와 화해, 보속과 준비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사순절에는 비신자들이 입교성사를 준비하고, 신자들은 세례를 갱신하며, 자선과 기도와 단식 및 금육의 애덕실천을 통하여 하느님 구원신비의 절정인 파스카를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 미사전례 중에는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받는 예식에서 ’재의 수요일’이란 이름이 생겼다.
‘재’는 불에 타고 남은 가루 같은 물질이다.
옛 사람들은 동식물을 태우거나 또한 화장한 다음에 남은 재에 깊은 신비적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재는 죽음과 슬픔, 속죄 등을 나타내는 종교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요즘 재를 잘 볼 수 없다. 재는 타고 남은 것이다. 그래서 허망함을 상징한다. 인생무상이다. 생각해 보건데 연탄재, 담뱃재 정도가 있다.
우리가 이마에 받는 재는 무엇이 타고 남은 것인가? 성지가지이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때, 사람들이 환호하며 흔든 나뭇가지이다.
환호했던 이들이, 우리가, 돌변하여 십자가에 못 밖으시오라고 악을 쓰게된다.
주님을 배신한 변덕스러운 우리의 마음, 우리 욕망의 결과가 결국 허망한 재로 남게 된다.
재를 받는 의미는 인류와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의 마음이다.
이 보속의 실천으로서 사순시기에 우리는 자선과 기도, 애덕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세 3,19참조)라고 말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나는 흙에서 와서 다시 흙이 될 것이다.
인류의 조상 아담. 그 이름의 뜻이 곧 흙이다.
한 줌의 흙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인간이 된 것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흙밖에 되지 않는 나와 우리가 이렇듯 살아있는 생명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 하느님의 은총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 더욱 깊은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라는 이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자.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자는 먼지나 흙으로 흩어져 버리는 존재가 아니다.
허무와 망각 그리고 불안과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인생이지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듯이, 주님께 믿음을 두는 우리는 부활의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부활의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은혜로운 사순시기 보내기를 기대합니다.
(김해인신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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