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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지 주일(가)

 

✙ 찬미예수님! 

   오늘부터 주님 부활을 준비하는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우리 신앙의 가장 핵심인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성주간 전례를 함께 지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성주간의 거룩한 신비를 깊이 묵상하며 실천하는 은혜로운 한 주간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 마태오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26,14-27,66)

 

✙ 복음 묵상

 

   오늘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군중의 환호 속에 영광의 임금님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환호하던 그 군중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조롱을 당하시고, 마지막에는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들의 배반으로 피 흘리시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수난복음은 십자가에 높이 매달려 죽어가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백인대장의 입을 통해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제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전 세계 교회의 다양한 십자가를 수집하고 있고 전시회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어느 선배 신부님으로부터 특별한 십자가를 기증받게 되었는데, 그 때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평생 내 십자가 하나도 제대로 지지 못하는데 최신부는 어떻게 그 많은 십자가를 수집했는가?” 농담같은 말씀이셨지만 참 뼈있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그 동안 내가 모은 십자가의 수를 자랑하면서 내가 감당해야할 십자가는 잘 지고 왔는가? 하고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2000년 전 로마가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시절 그 사회에서 가장 흉악한 범죄자를 처형하는 사형도구였습니다. 그만큼 십자가는 치욕과 수치의 상징이 되어 비참하고도 처절한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십자가위에 높이 매달리심으로 십자가는 더 이상 수치와 어리석음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 삶을 근본에서부터 뒤집어 놓고 인류역사의 전환을 이루는 구원의 상징, 승리의 상징, 영광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의 종탑 위에도, 제대 위에도, 교우들의 안방 벽에도, 자동차에도 십자가가 걸려 있습니다. 또한 성직자들은 신자들에게 강복을 하거나 집이나 물건들을 축복할 때에도 십자가를 긋습니다. 우리는 기도전후에도, 식사 전후에도, 운전 전후에도, 심지어 주부들이 밥솥에서 밥을 그릇에 담기 전에도 주걱으로 십자가를 긋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우리는 날마다 예수님께서 지신 그 십자가를 온 몸에 새기고 표시하면서 살아갑니다. 이것은 나도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겠다는 신앙고백을 날마다 하는 것입니다. 인간을 살리기 위해 가장 고통스런 그 죽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신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결심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빌라도와 음흉한 대사제들의 부당한 재판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제자들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인간의 손에 내어 맡기는 예수님의 위대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닮자는 뜻에서 우리는 오늘도 십자성호를 긋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자신의 십자가를 불평하면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십자가를 사랑으로 지고 가지 못하여 불평하는 우리 자신을 만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몇 해 전 대학병원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내 어깨에 지워진 십자가의 무게를 절실히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십자가가 힘들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다른 신부님들은 이렇게 살지 않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무거운 직무를 감당해야 하는가 하면서 다른 신부님들과 비교한 적도 있었습니다. 동료 신부님과 내 처지를 비교하면서부터 내 마음은 내가 진 십자가에 대한 불평(不評)으로 가득 찼습니다. 내 십자가와 남의 십자가를 비교(比較)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사랑이 사라지고 불평과 어둠에 사로잡힌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일은 고되고 외로운 일입니다. 피할 수 만 있다면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면제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듯이 똑같은 십자가도 하나도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내려놓을 수도 없고 누가 대신 져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십자가 없이는 고통(苦痛)을 극복할 방법도 구원의 길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만이 우리를 사랑으로 살게 하고 주님의 부활에 참여 하게 합니다.

   

   오늘 인간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신 예수님의 고귀한 사랑을 되새기며 성주간을 살아갑시다. 주님께서 보여 주신 그 사랑만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기쁘게 십자가를 지게 합니다. 그러니 내 십자가를 거두어 주시거나 가볍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합시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7)

 

 

도원천주교회 2020년 4월 5일

최경환(F.하비에르)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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