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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2021. 1. 3

찬미예수님! 주님 공현 대축일을 맞아 예수님의 탄생을 알려준 하늘의 별빛이 교우 여러분을 비추어 평화의 길로 인도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새해 첫 날 교우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교구청의 성모당을 찾았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차분히 각자의 자리에서 새해의 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거룩하게 느껴졌고, 마치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우 여러분들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을 주님의 손길에 맡기는 기도의 시간으로 오늘 거룩한 주일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주일복음묵상 (마태 2,1-12)

  불란서의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이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주인집 딸을 사랑하는 목동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아름다운 소설에는 주인공인 양치기 목동이 사랑하는 아가씨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일 한 번만이라도 깊은 산에서 밤을 새워본 사람이라면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신비의 세계가 고독함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여름 내내 양떼를 거느리며 알프스 산중에서 사는 목동이 밤마다 보는 별은 그야말로 낮에 느낄 수 없는 신비로운 것입니다. 이처럼 은 깊은 신비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자연의 훌륭한 징표입니다. 이런 자연의 징표인 별을 통해서 주님을 만난 동방박사들을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복음에서 주님의 별을 발견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주님의 별을 발견한 동방박사들과 밤을 새워가며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루가 2,8)이었습니다. 주님의 별을 처음으로 발견한 동방박사들과 목자들은 알퐁스 도데의 소설처럼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 별을 보면서 그 배후에 숨겨진 하늘의 신비를 바라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예루살렘의 헤로데 왕과 대사제와 율법학자들은 직접 밖으로 나가 하늘의 별을 보고 하느님을 느낄 만큼 몸과 마음이 깨어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기 예수님을 박해할 만큼의 어두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당시 자연과학에 밝은 천문학자이며, 철학자였다. 달리 말해서 별의 움직임을 보고 메시아 탄생을 헤아릴 만큼 맑고 순수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느낄 준비가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자연현상의 배후를 탐구함으로 깊은 의미를 발견해 낼만큼 몸과 마음이 깨어 있던 사람들입니다. 이런 동방의 세 박사와는 달리 헤로데왕은 메시아의 등장으로 자신의 자리가 도전 받을까 두려워할 만큼 몸과 마음이 어둡고 닫힌 인물이었습니다. 달리 말해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눈부신 광채는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 있었던 헤로데에게 있어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등장은 견딜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메시아를 기다려온 동방박사들에 비해 헤로데는 반갑지 않은 위협의 인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대합니다. 한마디로 헤로데는 다가오는 빛과 진리를 두려워한 사람입니다. 예루살렘 왕궁의 안락과 평안함은 진리를 거부하는 삶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진리이신 그분을 외면한 헤로데는 결국 베들레헴에 있는 두 살 이하의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는 학살을 감행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 안에도 헤로데와 같은 모습을 만나기도 합니다. 기도도, 신앙도 대충 쉽게 하려는 게으름이 자리 잡게 되면, 몸과 마음을 맑게 다스리기를 멀리하게 되어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멀리하고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신앙에 있어 게으름은 하느님의 신비를 깨달을 수 없게 만듭니다. 나아가 게으른 사람은 올바른 기도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진리와 멀어지고 하느님의 신비가 그 사람 안에 머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사람은 별을 보고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맑은 가슴을 늘 가꾸면서 살아갑니다. 말이 좋아 별의 인도로 걸어갔다지만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입니까? 사막을 가로질러 몇 달 혹은 몇 년을 걸어가는 일은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 자신의 재산을 바치고, 열정을 바쳐야 하는 일입니다. 앞이 캄캄할 때도 있고, 대충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것을 아닐까? 지금이라도 되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로 혼란과 갈등을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별의 인도를 의심치 않았고, 고비마다 몸과 마음을 다시금 정화하고 단련했습니다. 바로 영적인 부지런함과 맑은 가슴으로 장애를 극복한 것입니다. 우리도 동방박사들이 걸어간 그 거룩한 길을 한 주간 동안 잘 걸어갑시다.

 

도원천주교회

주임신부 최경환(F.하비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