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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대축일
✜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2020년 한 해를 잘 살아오신
도원본당 교우여러분!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하십니다. 하늘과 땅을 만드신 전능하신 분께서 연약하고도 힘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오심으로 인류가 겪는 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갖게 하신 오늘입니다.
2020년은 온통 코로나19로 모두가 슬픔과 시련을 겪은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시련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앙과 교회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 하느님의 법대로 살지 못하고,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예수님처럼 남을 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다른 이를 위한 십자가를 지지 못하고, 가난한 이들의 영혼을 돌보지 못한 우리를 성찰하게 해주었습니다.
나아가서 우리 교회가 앞으로 겪어야할 신앙의 위기를 앞당겨 보여주며 사회와 교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영적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모든 일들이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교회 밖의 가난한 이와 고통 받는 이들에게까지 교회의 문이 더 열려야 함을 깨우치게 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열고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안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해 중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날, 술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 백화점의 매출이 가장 높은 날이 그동안의 성탄절의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민망한 수치를 대지 않더라도 성탄절은 성스러운 축제에서 지극히 상업화 되고, 기업의 이익창출을 위한 소재로 세속화된 성탄절을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즐기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도저히 그렇게 지낼 수가 없는 성탄절입니다.
올 해의 성탄은 아기 예수님께서 교우들이 없는 텅 빈 성당으로 들어오십니다. 2000년 전 아무것도 없는 변방의 시골 베틀레헴에서 태어나신 것처럼, 어느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채 가난하고 초라한 구세주의 탄생을 텅 빈 성당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합니다. 어쩌면 텅 빈 성당은 구세주 탄생의 또 하나의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를 불안한 미래로 내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앙의 본질을 묵상하게 하는 깊은 침묵을 선사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왜 금빛 찬란한 왕궁의 상아 요람이 아니라 가축들의 오물냄새가 진동하는 마굿간에서 당신 아들을 태어나게 하셨을까요? 그 이유는 절망에 빠진 수많은 사람과 하나 되기 위해서, 고통받는 불쌍한 영혼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이만큼 놀라운 사랑과 용서라는 예수님 탄생의 메세지는 생략한 체 쾌락과 유흥을 쫒아 사는 세속화된 성탄을 우리는 깊이 성찰하고 성탄의 본질과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예수님 시대 유다사회에서 구세주의 탄생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당시 지도자들이나 율법학자들이 아니라 가장 천한 직업중의 하나인 목동들이 먼저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난했기에 빈 마음으로, 순수한 정신으로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반면에 당시 지도자들의 눈에는 결코 그 아기를 메시아로 보지 못했습니다. 곧 그들의 집권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의 눈으로는 메세아를 알아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올곧게 서있도록 합시다. 마구간에서 들려오는 거룩한 아기의 탄생을 보고 기뻐하는 목동의 가난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을 지냅시다.
✜ 새로 나신 아기 예수님의 평화와 축복이 교우 여러분의 가정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한 해 동안 본당을 위한 봉사와 헌신을 다해 주신 사목위원회와 많은 제단체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행복하시고 따뜻한 성탄절 되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2020년 성탄 대축일
도원천주교회 주임신부 최경환(F.하비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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